우리에게 친숙한 MCU영화 속 "캡틴아메리카"는 "크리스 에반스"가 연기한 "캡틴아메리카"일 것이다.
과거의 연인 "페기"와의 삶을 선택하고 새로운 배우 "샘 윌슨"이 연기하는 "캡틴아메리카"는 캡틴아메리카라기 보단, 영화 속
메인 캐릭터의 옆에서 나오는 서브 히어로 정도의 위치였는데, 이젠 "캡틴아메리카"라는 상징적인 인물의 배역을 연기하고 있다.
아무래도 캡틴아메리카는 MCU 세계에서 리더와 같은 위치의 메인 캐릭터라서 그런지 영화 "캡틴아메리카:브레이브 뉴 월드"
영화에서는 다소 무게가 가벼워진 모습으로 느껴졌다.
대신 우리들의 영원한 탐험가 "헤리슨 포드"가 MCU에서 모습을 보인 것이 더 흥미가 느껴졌다.
스타워즈 속 모습과 또 인디아나 존스의 모습이 각인되어서 그런지 "캡틴아메리카" 영화 속 "레드 헐크"를 연기하는 모습이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고, 어쩌면 "해리슨 포트" 영화 인생 중 처음 CG 처리된 영화 캐릭터가 아닌가?
MCU에게는 미안한 생각이지만, 영화 "캡틴아메리카:브레이브 뉴 월드"의 관심은 "해리슨 포드"의 "레드 헐크" 캐스팅이
더 화재가 된 것 같다.

영웅의 무게- 영웅의 부재 속, 시대는 어떤 방패를 갈구하는가
초인적인 힘으로 세상을 구원하던 스티브 로저스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평범한 인간의 한계와 고뇌를 고스란히 짊어진 샘 윌슨이 그 무거운 비브라늄 방패를 이어받았다. 단순히 슈트를 갈아입는 히어로의 세대교체를 넘어, 이 작품은 절대적인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진 현대 지정학적 위기를 스크린 위에 서늘하게 투영해 낸다. 우주적 위협이 물러간 지구에는 자원 패권을 둘러싼 국가 간의 암투와 등 뒤에서 칼을 겨누는 정치적 모략만이 지독하게 남아버렸다. 초능력 하나 없는 평범한 흑인 영웅이 어떻게 분열된 세상을 봉합하고 진정한 미국의 상징으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지켜보는 과정은, 그 자체로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묵직한 시대적 화두를 던진다.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새디어스 로스와 재회하며 공식적인 캡틴 아메리카로서의 입지를 굳혀가던 샘 윌슨은 겉보기엔 평화로운 일상을 영위하는 듯하지만, 그의 발밑에는 거대한 지정학적 뇌관들이 도사리고 있다. 인도양에 굳어버린 셀레스티얼 티아무트의 잔해에서 신비의 광물 아다만티움이 발견되고 이를 독점하려는 세계 각국의 욕망이 충돌하는 가운데, 백악관 한복판에서 믿을 수 없는 참극이 벌어진다. 샘의 정신적 지주이자 과거 슈퍼 솔저 실험의 희생양이었던 노병 이사야 브래들리가 알 수 없는 힘에 조종당한 채 로스 대통령을 향해 암살의 총구를 겨눈 것이다.
보이지 않는 적의 섬뜩한 통제력이 단순한 테러가 아님을 직감한 샘은 새로운 팔콘 호아킨 토레스와 함께 배후를 쫓기 시작하고, 그 어두운 궤적의 끝에서 로스의 음습한 군사 기지에 갇혀 비정상적인 천재성을 키워온 새뮤얼 스턴스, 이른바 '리더'의 존재를 마주한다. 스턴스는 사람의 정신을 갉아먹는 음파 병기와 세뇌 코드를 통해 전 세계 군사력을 자신의 장기짝처럼 부리려 하고, 이 지독한 복수극의 소용돌이 속에서 철저히 감춰져 있던 로스의 치부와 위선마저 백일하에 드러난다.
스턴스의 치밀하고도 잔혹한 계략은 결국 오랫동안 로스의 심장병 치료제 명목으로 투여되던 감마선을 폭주시키기에 이른다. 이성을 잃고 내면의 분노에 집어삼켜진 미국의 수장은 압도적인 힘을 가진 붉은 괴물, 레드 헐크로 변모하여 권력의 상징인 백악관을 무참히 박살 내기 시작한다. 초인적인 혈청을 맞지 않은 한낱 인간에 불과한 샘은 찢겨나가는 슈트와 부서진 날개를 이끌고, 절망적인 힘의 격차 앞에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은 채 괴물이 되어버린 거대한 권력에 맞서 처절한 피의 사투를 벌이는 가혹한 운명에 직면한다.
전율- 포토맥강 위를 수놓은 선혈과 쇳소리
어두운 상영관에 앉아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샘 윌슨의 고군분투를 지켜보는 내내, 나는 단 한순간도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없었다. 과거 스티브 로저스가 맨몸으로 헬리캐리어를 막아내던 초인적인 쾌감은 사라졌지만,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금속 날개가 찢어질 듯 내는 날카로운 마찰음과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한 인간의 처절한 박동 소리였다. 이 영화가 선사하는 카타르시스는 압도적인 마법이나 우주적 빔이 아니라, 오직 땅에 발을 붙이고 피 흘리며 싸우는 인간의 지독한 땀 냄새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와닿았다.
특히 이사야 브래들리가 백악관 만찬장에서 텅 빈 눈동자로 총을 난사하던 장면의 연출은 압권이었다. 고급스러운 샴페인 잔이 깨지는 소리와 둔탁한 총성이 교차하는 순간, 화려한 권력 이면에 숨겨진 미국의 어두운 그림자가 기괴한 불협화음이 되어 귓가를 강하게 때렸다. 이사야를 연기한 칼 럼블리의 고통 서린 눈빛은, 국가라는 거대한 폭력 시스템 앞에서 철저히 지워졌던 흑인 병사의 비애를 단 한 마디 대사 없이도 완벽히 전달하며 내 심장을 짓누르는 묵직한 슬픔을 안겨주었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포토맥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샘과 레드 헐크의 숨 막히는 사투였다. 백악관의 잔해를 투창처럼 꽂아 넣는 붉은 괴물의 압도적인 질량감 앞에서, 샘의 와칸 다재 첨단 슈트는 종잇장처럼 무참히 찢겨 나간다. 든든한 조력자였던 레드윙이 박살 나고 단 하나의 날개만 남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기어코 다시 일어서는 앤서니 매키의 핏발 선 눈동자를 마주했을 때 온몸에 찌릿한 전율이 일었다. 충격을 흡수해 방출하는 비브라늄의 금속성 공명음이 극장의 스피커를 찢을 듯 울려 퍼질 때, 나는 그 소리가 한낱 액션의 효과음이 아니라 날개 꺾인 영웅이 온몸으로 토해내는 처절한 비명처럼 들려 가슴이 먹먹해졌다. 무자비한 괴력 앞에서 딸 베티와 벚꽃의 기억을 조심스레 꺼내어 로스의 잃어버린 인간성을 되찾아주려는 샘의 떨리는 목소리는, 그 어떤 화려한 초능력보다 더욱 강렬하게 나의 감정선을 무너뜨리며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민낯- 초인의 신화가 저문 자리에 남겨진 정치적 오만
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슈퍼히어로 장르의 화려한 껍데기를 쓴 서늘한 정치 스릴러에 가깝다. 영화는 정의로운 영웅들의 서사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국가주의의 야만성과 정치권력의 오만함을 아주 집요하게 파고든다. 특히 감마선이라는 미지의 힘을 오만하게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새디어스 로스 대통령의 비참한 몰락은, 세계 경찰을 자처하며 타국의 자원과 무력을 마음대로 재단하려 드는 패권 국가의 파괴적인 자가당착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아다만티움이라는 절대적인 자원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국가 간의 위선적인 줄다리기는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냉혹한 국제 정세와 소름 끼치도록 맞닿아 있어 서늘함마저 자아낸다.
그러나 이러한 묵직한 주제 의식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영화가 노출하는 서사적 불균형은 다소 뼈아픈 아쉬움으로 남는다. 캡틴 아메리카라는 거대한 상징을 둘러싼 인종적, 계급적 고뇌를 다루던 초반부의 밀도 높은 첩보 스릴러 분위기는, 후반부 거대한 괴수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휘발되듯 사라져 버리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새뮤얼 스턴스라는 흑막은 뛰어난 두뇌를 지녔음에도 단지 로스를 헐크로 각성시키기 위한 서사적 도구로 평면적으로 소모되며, 그가 10년이 넘는 옥고의 세월 동안 품어왔을 깊은 원한의 심연이 스크린 위에 충분히 설득력 있게 피어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지닌 독창적 가치를 결코 폄하할 수 없는 이유는, 초월적 신들의 거룩한 전쟁이 아닌 지극히 나약하고 상처 입은 인간들의 진흙탕 싸움을 통해 '진정한 영웅의 조건'을 다시 써 내려갔기 때문이다. 스티브 로저스가 범접할 수 없는 무결점의 신화였다면, 초인 혈청 없이 맨몸으로 부러지고 깨지며 거대한 괴물을 기꺼이 껴안는 샘 윌슨의 모습은 분열된 현대 사회가 진정으로 요구하는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의 리더십을 제시한다. 권력의 최정점에 있던 자가 탐욕에 먹혀 괴물이 되어 몰락하는 순간을 가장 부드럽고 인간다운 방식으로 구원해 낸 이 모순적인 결말은, 국가폭력이라는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고 험난한 길을 걸어가야 할 새로운 캡틴의 여정에 씁쓸하면서도 깊고 진한 여운을 남긴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백악관의 잿더미 위에서, 기적 같은 초능력이 아닌 연약한 인간에 대한 굳건한 믿음 하나로 평화를 엮어낸 샘 윌슨의 굽이친 비행은 눈부시도록 처절하고 아름답다. 우주적 존재와 기계 장치들이 범람하는 차가운 세상 속에서 오직 인간의 뜨거운 땀방울과 의지로 빚어낸 이 치열한 분투기는, 완벽하지 않기에 기꺼이 서로의 어깨를 보듬어야 하는 우리의 굴곡진 삶을 향한 거대한 찬가와 같다. 갈등과 상실의 시대를 관통하며 진짜 영웅의 의미를 묻고 싶은 모든 이들의 팍팍한 가슴에, 시들지 않는 봄날의 벚꽃 같은 따뜻한 울림을 남길 영화다.
- 출처: 나무위키 (https://namu.wiki/w/%EC% BA% A1% ED% 8B% B4%20% EC%95%84% EB% A9%94% EB% A6% AC% EC% B9% B4:%20% EB% B8% 8C% EB% A0%88% EC% 9D% B4% EB% B8% 8C%20% EB%89% B4%20% EC% 9B%94% EB%93%9C)